글을 깎는 공방/영화

<승부> (2025) 후기&리뷰

jihaku-enkei 2025. 4. 27. 15:05

진솔한 시각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리뷰하다.

 

안녕하세요, 자백원경입니다.

 

이번에 다뤄볼 영화는...

<승부>입니다.

 

이 영화는 한국의 바둑 기사이자 사제 관계인 조훈현과 이창호의 승부를 배경으로 다룬 영화입니다

 

1989년 응씨배 결승, 녜웨이핑과의 승부를 2:2까지 치열하게 마치고,

결승 최종극에서 승리한 조훈현의 모습과 카 퍼레이드를 하며 영화가 시작됩니다.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은 국위선양을 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의 관심을 한목에 받기에 충분한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그 타이틀에 대한 외부의 시선은

긍정적이지만은 않았기에

 

조훈현의 업적에 대해 질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훈현의 인생인 바둑을 '돌놀이'로 말하는 사람도 있었겠죠.

 

자신만의 기준이 있기에

함부로 제자를 받고 싶어 하지 않는 와중에

바둑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하는 것을 보여주는 어린아이,

이창호를 제자로 받아들입니다.

 

바둑을 두는 것에 대한 기본뿐만 아니라,

상대에 대한 예의, 체력의 중요함, 마음가짐 등

 

자기 자신을 믿고 맡긴 남의 귀한 자식이기에

조훈현은 이창호를 더욱 엄하게 가르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이창호는 자신 만의 바둑을 두는 법으로

자신의 스승, 조훈현과의 승부에서 승리를 따냅니다.

 

프로 기사로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사람,

그것도 자신의 제자에게 패배한다는 것은

 

바둑, 언론업계뿐만 아니라

조훈현 자신에게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첫 승부에서 둔 경기에 대해 복기를 하는 조훈현은

복기를 하며 이전의 경기에 대해 곱씹습니다.

 

이후 제자와 복기를 하는 와중 이창호도 언급하는 승부처, '끼워 넣는 수'가 나오자

조훈현은 그 수를 직접 마주하지 않고 피합니다.

 

이미 세계의 정상에 올랐던 자신의 업적은

제자에게 패배한 이상, 저주로 느껴졌는 것일까요.

 

이후로 연달아 패배하며 자신이 가지고 있던 왕관들을 하나씩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제자, 이창호에게 '뺏기게 됩니다.'

이후에 이루어지는 바둑대회에 기권 등 불계패를 하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 모습에 실망하는 조훈현의 아내와 그의 라이벌, 남기철.

 

비가 오는 날, 술이 약하지만 소주를 과하게 마시다

참지 못하고 게워내는 조훈현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남기철은

"견디다가 이기는 거요. 그렇게 참다 보면 한 번쯤은 기회가 오거든."

이라고 얘기합니다.

 

'1년 후' 뒤에

예선전부터 다시 올라가는 조훈현의 모습은

바닥부터 산 정상까지 오르기 시작하는 승부사의 모습이었습니다.

 

사제관계일지라도

승부가 시작되면 '적'입니다.

 

사제관계 첫 승부 이후 계속해서 '죄송합니다'라는 이창호도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기자회견에서는 농담을 하네요.


영화 끝부분에 가서, 조훈현은 이창호에게 바둑판을 선물합니다.

 

바둑판 밑에는 "답은 네 스스로 찾아라. 답이 없지만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게 바로 바둑이다."라고

한국어 자막으로 나옵니다.

 

그 문구를 보자마자,

"바둑은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주변으로부터 자주 본 말이 떠올랐습니다.

 

나와 상대방. 1대 1로 이루어지는 승부가 19X19라는 바둑판 세계 안에서 펼쳐집니다.

그 세계에서 벌어지는 것은 일대일이 아니라, 여러 상황이 여러 곳에서 펼쳐지죠.

 

어느 곳에서 싸움이 벌어지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쪽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다른 문제를 방치하게 된다면 그 문제가 어느새 확산되어 걷잡을 수 없게 되는 수가 있습니다.

 

전체적인 흐름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것 같지만

끈기를 가지며 경기를 이어나가니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과하게 생각을 하다 보니 나중에 가서는 시간에 쫓겨 중요한 순간에 실수를 하게 되는 수도 있습니다.

 

상황이 항상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없기에

그런 격변적인 상황 속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각자의 기준을 설정하고 묵묵히 살아가야 합니다.

 

자신이 내린 결정에 책임을 지는 것과 함께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외부로부터의 흔들림 없이

자신의 지조에 맡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조훈현이 자신의 제자와 처음으로 승부를 하는 과정에서,

 

'안 되나?' 하는 말과 함께

화면이 불안정적으로 기울어지는 부분에서

 

그동안 자신만만했던 사람이

자신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에 대하여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당신의 인생은 오직 당신 한 명만이 두는 바둑과도 같기에, 후회 없는 한 수를 쌓아가길 바란다.

 

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많은 출연 배우들과 관계자가 소개되는 엔딩 크레디트이지만,

 

크레디트가 올라간 후,

백 사범 역을 맡은 故 남문철 님에 대한 추모 문구가 나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