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Substance> 포스터
"너무나 뜨겁고 강렬한 시각적 연출과
너무나 차갑고 냉소적인 주제 의식"
(자백원경의 한줄평)
나는 호러, 그중에서도 특히 바디호러, 고어 장르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다.
애니메이션도 그렇지만
영화의 경우 그 특유의 징그러움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더욱 거부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영상을 스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영화관"에서 보기로 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오스카 시상식에서 다뤄진 호러 장르에 비중을 둬
예고편 없이 보러 가기로 한 것이다.
본인의 경우, 영화를 즐기는 방식으로
영화를 컨텐츠 목적으로 즐기기 위해선 예고편을 보지만,
한 번에 최대한 몰입해서 보고자 할 땐
예고편을 포함해 영화 관련 정보를 최소한으로 가져간다.

- 후기 (가볍게 들어가기_appetizer)
영화가 진행되는 중,
여주인공이 처음으로 분열되는 과정에서
심장이 빠르게 뛰고, 속이 메스꺼웠다.
이 반응이 생각보다 오래 가서
상영관을 나갈지 말지 생각을 하고,
짐을 정리하기까지 했다.
애니메이션과 같은 그림은 덜 불쾌했는데,
영화와 같은 사실적인 영상 덕분에 너무나도 강렬하게 뇌를 자극한 듯 했다.
충분히 시간을 들여
긴장한 몸을 스트레칭하고 호흡하면서 겨우 안정시키고
참으면서 영화를 끝까지 봤다.
처음으로 바디호러장르를 처음부터 끝까지 봐서일까,
온몸이 떨면서 절규를 짖고 있었다...
하지만 <서브스턴스>가 다룬 주제가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다가와
영화를 전반적으로 다시 떠올리면서 포인트를 집기 시작했다.
가볍게
취향적인 얘기부터 시작해서,
주제에 대한 철학적인 접근도 가능하고,
연출에 있어 의미하는 바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해석을 교환할 수도 있고,
영화 중간에 나오는 장면들에서 보이는, 오마주한 작품들에 대해서도 얘기할 수도 있고,
강렬한 영화음악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등
하나의 영화를 두고 나눌 수 있는 대화 소재가 많고, '맛있게'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 전체적인 줄거리 살펴보기 (_entree)

영화가 시작하면,
제일 먼저 날계란 하나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 노른자에 녹색 액체를 주사로 주입하니
노른자가 분열되기 시작하더니 옆으로 튀어나온다.
이 장면은 위의 사진처럼
원본의 노른자와 복제된 노른자가 확연하게 구분된다.
이제 이 노른자를
'그대로', 주인공에 대입하면 된다.

영화의 주인공, 엘리자베스 스파클. (데미 무어)
젊은 시절에 유명 배우이자,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별까지 조각된 영화의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시간이 지나 에어로빅 쇼의 진행자로 연예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젊은 시절의 엘리자베스 모습은 영화 내내 공개되지 않지만
확실한 건 중년의 모습을 보자마자
"세월의 흔적을 이길 수 없는 주름 자국과 활동을 위해 진하게 화장한 모습"이 들어왔다.

레스토랑에서 엘리자베스를 마주하며 새우를 먹는 하비. (데니스 퀘이드)
사람들은 매력에 이끌린다.
그리고 연예계에서는 인간의 다양한 매력 중 첫인상 즉,
'외모'에 크게 좌우된다.
레스토랑에서 한 식탁에 앉은 두 명,
새우를 게걸스럽게 먹는 하비와
프로그램에 하차될까 두려워 제대로 식사를 못 즐기는 엘리자베스가 마주하고 있다.
여기서 하비가 새우를 먹는 모습을 극화하는데,
슬로우모션와 사운드를 매우 강하게 사용했다.
연예계에서의 성공을 거머쥔 적이 있는 엘리자베스에게 있어
지금의 모습에 좌절했을 것이다.
그 후유증을 안으며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엘리자베스.
하지만 큰 부상 없이 병원에서 무사히 정신을 차린다.
죽을 고비를 무사히 넘긴 상황이라
나름대로의 심적 변화가 있었을텐데
엘리자베스는 '차라리 죽었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심정이었을지
울음을 터뜨린다.

제 인생을 바꿔줬어요, THE SUBSTANCE.
수술실에서 의사가 먼저 떠나자,
남자 간호사가 갑자기 추가 검사가 있다며 그녀의 몸 상태를 살핀다.
척추 쪽을 만지더니, "행운을 빈다."며 엘리자베스에게 코트를 건네준다.
그리고 그 코트 안에는,
"It chanced my life"라는 쪽지와 함께
USB가 있었다.

기억하라, 당신은 '하나'이다. (유일하다.)
서브스턴스는 패키지이다.
여러가지 약물과 도구가 있으며,
activator(활성제),
stabilizer(안정제),
switch(교체부품),
food matrix(일주일치 영양분),
food other self(일주일치 영양분).
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녹색, 형광색의 활성제가
영화 처음에 노른자에 주입한 녹색 액체였다.
활성제를 통해 새로운 몸을 기존의 몸에서 분리시키고,
안정제를 통해 기존의 몸에 흐르는 척수액을 뽑아 새로운 몸에 주입하고,
몸덩어리에 영양분이 돌 수 있도록 일주일 동안 영양분을 공급하는 과정이다.

자신의 몸에서 분리되어 새롭게 태어난 클론에,
자신의 의식이 들어가있는 것을 확인한 엘리자베스는
자기가 쓰레기통에 버린 에어로빅 쇼 모델 오디션 광고지를 보고
오디션을 보러간다.
그 오디션에서 자신을 SUE(수)로 소개한다.
이전까지의 참가자들에게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심사위원은
수의 등장에 다른 반응을 보인다.
오디션에 합격하고, 하비에게 불려가
엘리자베스가 활동하던 에어로빅 쇼의 새로운 진행자로 서게 될 것이라고 듣는다.
수는 에어로빅 쇼의 호스트가 되어 촬영하게 되고,
대중들에게 자신의 매력을 맘껏 발산한다.
휘황찬란 했던 엘리자베스의 전성기가 다시 온 것 같은 느낌에 취한 것일까
일주일이라는 정해진 기간, 규칙을 어기고
엘리자베스의 몸에서 안정제 1회분을 초과하여 추출한다.
그 부작용은 고스란히
엘리자베스의 몸에 드러난다.
그 부작용에 대한 충격은 엘리자베스에게 크게 당황하지만
서브스턴스 패키지를 수령하기 위해 장소로 향한다.

시간은 불변으로 거스를 수 없고, 오직 흐를 뿐이다.
그 과정에서 사람은 늙게 되고, 죽는다.
더 이상 과거의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없으며,
엘리자베스 역시 세월의 흐름 속에서 노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자신을 사랑해주는 중학교 동창인 '프레드'를 떠올리며
프레드의 연락처가 적힌 흙탕물에 빠진 쪽지를 찾아 프레드와 데이트 약속을 잡는다.
예쁜 드레스를 입고, 하이힐을 신으며, 얼굴에 생기를 살리기 위해 화장을 하는 엘리자베스.
자신의 몸에 생긴 부작용을 가리기 위해 장갑을 낀다.

프레드를 만나러 가려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수의 촉촉한 입술과 생기있는 홍조와 탄력적인 피부가 엘리자베스의 눈에 들어온다.
홍조를 띄우기 위해서, 입술에 생기를 띄우기 위해서
더욱 진하게 화장을 하는 과정에서
엘리자베스는 결국 분노하여 화장을 뭉개버리고,
프레드에게 연락도 없이 약속을 파토낸다.
그렇게 엘리자베스는 우울감에 사로잡히고
폭식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기 시작한다.

늪에 빠져 가라앉는 엘리자베스와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수 사이의 간격은 더욱 벌어진다.
처음에 분열했을 당시에는 충분히 자아 인식을 할 수 있었지만,
무기력하게 소파에 앉아 TV를 틀어두고 폭식만 하는 자신, 엘리자베스일 때의 모습을 떠올릴 수 없어
집이 어질러져 있어 난장판이 되어있는 모습을 보는 수는 경악한다.
수는 엘리자베스의 몸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며
안정제 즉, 엘리자베스의 뇌척수액을 과하게 뽑아내고
일주일을 훨씬 초과하여 연예계 생활을 이어나간다.
일주일이라는 규칙을 어긴 부작용은 수의 상태일 때에도 나타난다.
안정적으로 생활을 할 수 없게 된 수는 결국 버틸 수 없어 엘리자베스로 돌아간다.
더 이상 엘리자베스는 자기혐오했던 중년의 모습도 사라지고
다 빠진 머리카락과 형체가 뒤틀려버려
마치 마귀할멈과 같은 형체가 되어버렸다.

더 이상 자신의 모습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아 고민하는
엘리자베스는 서브스턴스 체험을 끝내기 위해
수에게 termination이라고 적힌 주사기를 꽂아 검은 액체를 주입하기 시작한다.
거의 다 주입하는 엘리자베스는
수일 때 받은 꽃다발과, 전야제 홍보 광고판을 보며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싶다는 소망 때문에
주사기를 빼고 절박하게 수를 살리기 시작한다.
애매하게 주입된 검은 액체 때문일까,
하나의 정신(엘리자베스)과 두 개의 육체(엘리자베스 & 수)는
제대로 교체되지 않게 된다.
사태를 파악한 수는 엘리자베스를 죽이려고 작정한다.
엘리자베스의 몸을 사정없이 걷어찬 수는
사태가 끝나고 나서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더 이상 엘리자베스로부터 안정제를 추출할 수 없게 된 수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만이라도 새해 전야제를 성공적으로 마치고자
방송국으로 향한다.
하지만 계속 누적된 부작용과 주입된 검은 약물의 영향,
그리고 안정제의 부재로 급격하게 컨디션이 악화되기 시작한 수는
신체가 붕괴되기 시작한다.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수는 남아있던 활성제를 주입한다.
SINGLE USE ONLY 라는 경고문을 무시한 채로 말이다.

수에게서 분리되어 나온 클론의 모습은 거울을 통해 드러나고,
서브스턴스의 활성제 색깔인 녹색형광색의 텍스트가 등장한다.
Monstro + Elisabeth + SUE를 합쳐,
MONSTRO ELISASUE. (엘리자수)
기괴한 형태를 한 엘리자수는 새해 전야제때 입기로 한
푸른 드레스를 입고, 자신을 치장하기 시작한다.
영화 내내 싫어했던 중년의 엘리자베스 모습을 크게 오려내 가면으로 만들어
엘리자수 자신의 얼굴에 붙이고 립스틱을 바른다.
새해 전야제의 무대에 오른 엘리자수는
웅얼거리는 소리를 내며 관객들에게 모습을 드러낸다.
이후에 벌어지는 장면들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그 가운데서 엘리자수는
스포트라이트를 올려다보며 360도 돌기 시작한다.
그 모습은 춤을 추는 발레리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그로테스크하다.

영화의 마지막이 되어서
엘리자베스의 얼굴만 남는다.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명예의 거리 보도블럭에 멈춘 엘리자베스의 얼굴에는
영화 중에서 가장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밝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에게 있어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고,
죽기 전 그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야 밝게 웃을 수 있었다.
그녀가 사라지면서 남긴 붉은 핏자국은
다음날 아침,
거리를 청소하는 청소부에 의해 무심하게 지워진다.
3. 영화를 끝마치며 음미하기 (_dessert)

첫번째로,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 및 이야기를 떠올린다.
외모지상주의 (Lookism), 특히 엔터테인먼트계에 있어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외모로 인해 사용되고 버려지는 연예계를 콕 집어내어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사회로부터 버려진다는 느낌은 남녀노소 모두 겪을 수 있으며
여기서 발생하는 두려움은 오늘날의 사회가 주는 '공포'이자,
사회가 선고하는 '죽음'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두번째로, 등장인물을 떠올린다.
엘리자베스에게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더 나은 자신이 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그 방법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이었고 멈출 수 있었음에도 결국 파멸에 이른다.
수에게서,
엘리자베스의 바람이자 욕망의 탄생물로 볼 수 있다.
어질러진 집안의 모습을 보았을 때, 분노하지 않고
"왜 이렇게 되었지?"라는 물음부터 시작해 자신이 한 짓을 돌아볼 수 있었다면 어떻게 흘러갔을까?
하비에게서,
연예시장을 인격화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의 인물이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중이 갈망하는 피조물로
엘리자베스대신 수를 출현시키는 것은 옳은 선택이라고 볼수 있지만,
그 피조물이 만들어낸 결과는 아수라장이었다.
프레드에게서,
엘리자베스 스스로는 자신의 외모를 혐오하지만
중학교 동창, 프레드는 그녀를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얘기해준다.
흙탕물에 떨어진 연락처 종이를 그대로 엘리자베스에게 주는 모습은 불편하면서도
어린 시절에 비를 맞으며 흙탕물이 있는 운동장을 뛰어놀았던 순수한 어린이의 모습이 보인다.
몬스트라 엘리자수에게서,
엘리자베스에게 부여된 규칙을 어긴 결과로 만들어진 흉측하고 기괴한 모습이지만,
"과연 당신은 그 규칙을 잘 지켜낼 수 있어?" 라고 묻는다.
"YOU ARE ONE"
당신은 하나다.
주변사람과 환경 등 외부요인에 의해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변한다.
하지만 결국 '나'는 하나로 유일하게 존재한다.
자신이 잘한 일에 대해서 칭찬을 받는 것은 나 자신이 받는 것이고,
충동적으로 행동한 것에 대해서 받게 되는 책임 역시 자신이 지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은 나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자신을 통제하고, 절제하면서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것이지
다른 것에 의해 대체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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